글로벌 공급망 탈중국 가속 (베트남·인도 부상, 한국 기업 전략)
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글로벌 공급망 탈중국 가속 (베트남·인도 부상, 한국 기업 전략)

by 쉬운 경제 이야기 2025. 8. 12.

글로벌 공급망에서 ‘탈중국’ 흐름은 더 이상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 제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팬데믹, 지정학적 갈등, 인건비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자’는 전략이 다국적 기업과 주요국 정부의 공통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 새로운 제조 허브가 급부상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생산기지 재편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탈중국 가속화의 배경

첫째, 미중 무역분쟁과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산 제품과 부품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높아졌습니다. 미국의 ‘CHIPS and Science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의 ‘EU 칩스법’ 등은 중국을 배제하거나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IRA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 및 배터리에만 세제 혜택을 제공해, 중국 중심 공급망을 유지하는 기업에 불이익을 줍니다.

둘째, 코로나19 팬데믹과 중국의 도시 봉쇄 조치는 특정 국가에 공급망을 집중하는 위험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생산 차질, 물류 지연, 원자재 부족 등 연쇄 충격을 겪은 기업들은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또는 ‘차이나 플러스 멀티(China+N)’ 전략을 도입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셋째, 중국의 인건비는 지난 10년간 급격히 상승해, 과거와 같은 저비용 생산지로서의 경쟁력이 약화되었습니다. 여기에 탄소중립·ESG 규제 강화로 인해 친환경 인프라를 갖춘 국가들이 새로운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접근성과 환경 규제 대응 능력은 글로벌 바이어의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베트남·인도의 부상과 기회

베트남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인접해 있으며, 아세안 자유무역협정(A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EU-베트남 자유무역협정(EVFTA) 등 다수의 무역협정을 통해 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안정적이고, 젊고 저렴한 노동력이 풍부하며, 외국인 직접투자(FDI) 경험도 축적돼 있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 애플의 주요 협력사들은 이미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거나 증설하고 있으며, 전자·가전·섬유 분야에서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전자제품, 자동차, 태양광, 방산 분야에서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 인하, 토지 제공, 인프라 투자 확대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의 일부를 인도로 이전했고, 폭스콘, 삼성, 샤오미 등 글로벌 전자기업들이 인도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영어 사용 인구와 IT 서비스 역량은 제조업 디지털화·스마트화 측면에서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두 국가 모두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베트남은 전력 인프라와 항만·물류망이 아직 완벽하지 않아 생산과 수출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인도는 복잡한 행정 절차, 토지 소유권 분쟁, 지역별 규제 차이, 노사 관계 불안정 등 제도적 장벽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인프라·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안정적인 공급망 허브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인접해 있는 베트남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

한국 기업들은 단순히 생산거점을 옮기는 수준을 넘어, 공급망 전체를 재설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첫째, 부품·원자재 조달처를 다변화해 특정 국가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핵심 부품은 복수 국가에서 조달하고, 원자재는 현지 계약과 장기 공급 계약을 병행하는 방식이 유효합니다.

둘째,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공장 설립이 아니라, 현지 인력 채용·교육, 법률·세무 환경 적응, 문화 이해를 포함한 종합 경영 전략을 의미합니다. 셋째, ESG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친환경 설비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이고, 공급망 전 과정의 탄소 배출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한·베트남, 한·인도 간 경제협력 채널을 적극 가동해 FTA 활용률을 높이고, 해외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모델을 확산시켜야 합니다. 또한 KOTRA,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 유관 기관을 통해 시장 조사, 금융 지원, 리스크 관리 서비스를 확대해 기업의 진출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적 전망과 시사점

탈중국 흐름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공급망의 ‘멀티허브화’가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특정 국가에 생산을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복수의 전략 거점을 운영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구조가 일반화될 것입니다. 이는 글로벌 경기 변동과 지정학 리스크에 대한 내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한국 기업은 변화의 초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거점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협상력과 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첨단 산업, 전기차,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전략 분야에서 ‘공급망 다변화+현지화+ESG’ 삼박자 전략을 실현하는 기업만이 다음 세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TOP

Designed by 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