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산업은 디지털 기술의 확산과 함께 전례 없는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픈뱅킹, AI 기반 심사, 비대면 자산관리는 기존 금융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재편하며, 소비자 경험과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동시에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금융 디지털 전환의 핵심 세 축을 중심으로 현재 동향, 장단점, 그리고 향후 전망을 분석합니다.
오픈뱅킹: 금융 데이터 개방과 생태계 혁신
오픈뱅킹(Open Banking)은 금융기관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통해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제3자 서비스와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이자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하나의 앱에서 여러 은행 계좌를 조회·이체하고,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A은행 계좌와 B카드사의 거래 내역을 한 화면에서 확인하고, 소득·지출 패턴 분석을 통해 최적의 대출·투자 상품을 제안받는 방식입니다.
오픈뱅킹은 소비자 편의성 향상뿐 아니라 금융 생태계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합니다. 핀테크 기업은 대형 은행과의 물리적 지점 경쟁 없이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은행 역시 외부 개발자·파트너와 협력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은 오픈뱅킹 표준과 보안 규정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 시장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은 여전히 주요 과제입니다. 금융 데이터가 외부로 공유되는 만큼 API 보안, 인증 절차, 데이터 활용 동의 시스템이 강력하게 설계되어야 하며, 데이터 유출·악용에 대한 법적 책임 범위도 명확히 해야 합니다.
AI 심사: 신용평가와 리스크 관리의 혁신
인공지능(AI)은 대출 심사, 신용평가, 보험 언더라이팅 등 리스크 관리 전반에 걸쳐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신용평가 모델은 주로 소득, 직업, 기존 대출 기록 등 제한적인 데이터에 기반했지만, AI는 수백·수천 개의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해 더 정교한 평가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 내역, 공과금 납부 이력, 심지어 스마트폰 사용 패턴까지 분석해 금융 이력을 충분히 쌓지 못한 ‘신용 소외자(Thin File)’도 평가가 가능합니다. 이는 금융 포용성을 확대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옵니다.
AI 심사는 사기 탐지(Fraud Detection) 분야에서도 강력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실시간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패턴을 탐지하고, 잠재적인 부정 거래를 신속히 차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을 통해 정확도가 향상되므로,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에 기여합니다.
다만, AI 모델의 ‘블랙박스’ 문제와 데이터 편향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신용평가 알고리즘이 특정 집단에 불리하게 작동할 경우 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며, 금융 규제 기관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자산관리: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금융 서비스
비대면 자산관리(Non-face-to-face Wealth Management)는 모바일 앱, 웹 플랫폼, 화상 상담 등을 통해 고객이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자산 운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형태를 말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금융 수요가 급증하면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와 하이브리드 자산관리 모델이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고객의 투자 성향, 목표, 리스크 허용 범위를 분석해 알고리즘 기반의 포트폴리오를 제안·운용합니다. 이는 운용비용 절감과 투자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며, 소액 투자자도 전문적인 자산관리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합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로보어드바이저의 자동화 장점에 인간 자산관리사의 경험과 직관을 결합해, 맞춤형 상담과 정교한 투자 전략을 제공합니다.
비대면 자산관리는 금융사의 영업 방식과 고객 관리 패턴을 크게 바꾸고 있습니다. 시·공간 제약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고객층을 전국·전세계로 확대할 수 있으며,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제안이 용이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서의 개인정보 보호, 해킹 위협, 비대면 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분쟁 방지 장치는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금융 디지털 전환의 시사점과 과제
오픈뱅킹, AI 심사, 비대면 자산관리는 금융산업의 혁신을 견인하지만, 동시에 복잡한 규제와 기술 리스크를 동반합니다. 첫째, 보안·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국제 표준과 규제 조화가 필요합니다. 둘째, AI의 공정성과 설명 가능성을 보장해야 하며, 데이터 편향을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입니다. 셋째,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고령층·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 디지털 교육과 지원이 확대돼야 합니다.
향후 금융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채택을 넘어, 고객 경험(CX) 중심의 서비스 설계,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한 생태계 확장, 지속가능한 ESG 금융 전략과의 결합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금융사는 ‘빠른 도입’보다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도입’을 목표로 해야 하며, 이를 통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결론
금융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오픈뱅킹은 데이터의 경계를 허물고, AI 심사는 리스크 관리의 정밀도를 높이며, 비대면 자산관리는 금융 서비스의 접근성을 극대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진정한 혁신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규제·윤리의 균형 잡힌 발전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디지털 금융은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야 하며, 이를 위해 금융사는 혁신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