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실현 가능성 (재정 부담, 사회적 효과, 제도 대안)
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기본소득 실현 가능성 (재정 부담, 사회적 효과, 제도 대안)

by 쉬운 경제 이야기 2025. 7. 23.

‘모두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이라는 개념의 기본소득은 이제 더 이상 공상적 이상이 아닙니다. 4차 산업혁명, 자동화, 인공지능의 확산으로 인해 일자리 감소와 소득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핀란드, 캐나다, 스페인, 미국 일부 주에서 시행된 시범사업은 기본소득이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한계점도 드러냈습니다. 한국에서도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에서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성과 효과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 경험은 기본소득 담론을 대중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기본소득의 재정적 부담, 사회적 효과, 그리고 현실적인 대안 제도에 대해 균형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기본소득 도입의 재정적 부담과 조달 방식

기본소득 논의에서 가장 먼저 제기되는 쟁점은 바로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전 국민에게 월 30만 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180조 원 이상의 재정이 소요됩니다. 이는 한국 국가 예산의 약 30%에 달하는 수준이며, 기존 복지 예산 전체를 합친 규모를 초과합니다. 이러한 재정을 감당하기 위해선 증세, 기존 복지제도 통폐합, 국유재산 수익 활용, 탄소세 및 로봇세 도입 등 다양한 재원 조달 방식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율 인상은 정치적 저항이 크고, 기존 복지를 줄이는 방안은 사회적 반발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한국처럼 조세저항이 강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국가에서는 기본소득 도입이 다른 복지 혜택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전면적 기본소득보다는 부분적 또는 단계적 도입이 유력하며, 저소득층이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타깃형 기본소득이 재정 효율성과 정치적 수용성 측면에서 더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으로 평가됩니다.

사회적 효과와 경제적 파급력

기본소득의 기대효과는 단순한 생계 지원을 넘어서 광범위합니다. 우선, 소득 보전 효과를 통해 절대 빈곤을 줄이고, 불평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불안정 고용에 노출된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취약계층에게는 기본소득이 최소한의 안정망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본소득은 소비 여력을 높여 지역경제와 내수 진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은 추가 소득의 대부분을 소비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어 승수 효과가 기대됩니다. 한편,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일부는 기본소득이 일할 동기를 약화시켜 노동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핀란드와 미국 등지의 시범사업 결과는 오히려 기본소득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해 자발적 구직활동이나 창업 시도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노동윤리 약화’라는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기본소득과 일자리 정책이 병행돼야 하며, 복지와 노동을 연계한 하이브리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기본소득과 경제적 파급력

제도 대안과 현실적 접근 전략

전면적인 기본소득 도입이 재정적·정치적으로 어렵다면, 유사 개념의 단계적 접근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부분 기본소득’, ‘시민배당’, ‘기본자산’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논의 중인 청년 기본소득은 일정 연령대에 한해 일정 금액을 지급하며, 이는 사회진입 시기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토보유세나 탄소세와 같은 공공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국민에게 배당하는 형태는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디지털 화폐 기반의 지급 시스템, 지역화폐와 연계된 기본소득 등 기술적 진보를 활용한 지급 방식도 실험되고 있습니다. 제도 설계 시에는 세 가지 원칙이 중요합니다. 첫째, 기존 복지와의 중첩 또는 갈등을 최소화할 것. 둘째, 보편성과 타깃성을 균형 있게 조합할 것. 셋째, 지속가능한 재정 구조를 기반으로 할 것. 기본소득이 정치적 공약에 머무르지 않고, 실현 가능한 사회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계적 접근, 시범사업 확대, 정밀한 정책 평가가 반드시 수반돼야 합니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돈을 나눠주는 정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국가가 국민 개개인을 신뢰하고,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겠다는 사회계약의 표현입니다. 그 실현 가능성은 단지 예산 문제를 넘어,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의지, 그리고 장기적인 정책 철학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가능하냐’가 아니라, ‘어떻게 실현하느냐’입니다. 기본소득은 미래 복지국가로 가는 과정의 중요한 실험이자, 포용적 성장의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TOP

Designed by 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