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리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리튬은 에너지 저장 밀도가 높고 충·방전 효율이 뛰어나 전기차 배터리, ESS(에너지 저장 장치), 모바일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필수적인 자원입니다. 하지만 매장량이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고, 채굴·정제 과정이 복잡하며, 수요 증가 속도가 공급 확대 속도를 앞지르면서 ‘리튬 확보 전쟁’이 글로벌 산업 전략의 중심에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리튬의 중요성, 자원 외교와 공급망 경쟁, 그리고 가격 변동 요인과 전망을 살펴봅니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과 리튬 수요 급증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은 리튬 공급 안정성과 직결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양극재에 사용되는 리튬은 에너지 밀도와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3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리튬 수요도 2020년 대비 약 5~7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리튬 자원은 호주, 칠레, 아르헨티나, 중국 등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호주는 광석형 리튬(스포듀민)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며,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염호(소금호수)에서 염수를 증발시켜 리튬을 추출합니다. 중국은 채굴보다 정제·가공 부문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원료 수급 이후의 밸류체인에서도 영향력이 큽니다.
자원 외교와 공급망 주도권 경쟁
리튬 확보를 위한 자원 외교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북미 또는 FTA 체결국에서 채굴·정제한 리튬만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주는 규정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유럽연합 역시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2030년까지 전략자원 10%를 역내에서 채굴하고, 40%를 역내에서 정제·가공하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한국, 일본 등 전기차 배터리 강국들도 리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은 칠레·호주·인도네시아 등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기업들이 해외 광산 지분 인수·합작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해외 자원개발공사(JOGMEC)를 통해 자금과 기술을 지원하며 안정적인 리튬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리튬 삼각지대’(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와 아프리카, 호주 광산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공급망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처리·정제 공정에서의 기술 우위와 가격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격 변동성과 시장 전망
리튬 가격은 2021~2022년 전기차 시장 폭발적 성장과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톤당 7만 달러를 넘는 급등세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 들어 공급 확대로 가격이 조정되었고, 중국 내 전기차 수요 둔화와 재고 조정으로 단기 하락세가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 리튬 가격은 우상향 압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가격 변동성의 주요 요인은 ▲전기차 보급 속도 ▲광산 개발·증설 속도 ▲정제·가공 능력 ▲정책·규제 변화 ▲재활용 기술 상용화 수준 등입니다. 특히 리튬 재활용 시장은 향후 공급 부족을 완화하고 가격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변수로 평가됩니다.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고도화되면, 사용 후 배터리에서 회수한 리튬이 새로운 배터리 생산에 재투입되어 공급망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전략과 과제
한국은 세계적인 배터리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원자재 자급률은 낮은 편입니다. 따라서 리튬 확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합니다. 첫째, 광산 지분 인수·합작 투자 등 upstream 단계 참여를 확대해 공급권을 직접 확보해야 합니다. 둘째, 리튬 정제·가공 기술 개발에 투자해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합니다. 셋째,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육성해 순환형 공급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자원외교를 적극 강화하고, 전략자원 비축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민관이 공동으로 리스크를 분담하고, 해외 프로젝트의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금융지원 체계도 필수적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 배터리 산업의 안정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리튬 확보 전쟁은 단순한 자원 쟁탈이 아니라, 미래 산업 패권을 둘러싼 복합적인 경쟁입니다.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시장이 성장할수록 리튬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며,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한 국가와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