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교육 시장은 오랜 시간 동안 입시 경쟁과 맞물려 고도화되어 왔으며, 그 규모는 매년 수십조 원에 달할 만큼 사회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입, 대입 제도 변화, 지역 간 교육 격차 심화 등 다양한 요인이 결합되면서 사교육 시장은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AI 튜터’의 등장, 정시 비중 확대에 따른 수능 중심 경쟁 심화,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 간 교육 자원의 격차가 사교육 구조의 재편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교육 시장 변화의 핵심 동인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AI 튜터의 등장과 개인 맞춤형 학습의 확산
AI 기술은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특히 사교육 분야에서는 ‘AI 튜터’의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기존의 강의형 수업 중심에서 맞춤형 학습 솔루션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뤼이드, 산타토익, 똑똑수학 등 AI 기반의 학습 플랫폼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습자의 수준과 취약점을 실시간 진단하고, 최적화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AI 기반 학습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고도화된 학습경험을 제공하며, 학생 개인의 성취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중위권·하위권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반복 학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일률적 강의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사교육 업체들도 기존 강사 중심 모델에서 AI 시스템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으며, 학습관리서비스(LMS), 온라인 모의고사, AI 문제 추천 등의 부가 서비스 확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만, AI 튜터의 확산이 학습 격차 해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저소득층·농어촌 학생들을 위한 공공 기반의 AI 학습 지원도 함께 구축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시 확대와 수능 중심 경쟁 심화
최근 대학입시 제도에서 ‘정시 확대’ 기조가 강화되면서 사교육 시장은 다시금 수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2028년까지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침을 발표했으며, 이로 인해 수능 대비 학원, 모의고사 서비스, 문제풀이 중심의 콘텐츠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능은 상대평가 체제로 인해 경쟁 강도가 높고, 짧은 시간 안에 고득점을 요구하는 만큼 전략적 학습이 필수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교육의 역할은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특히 대형 입시학원이나 강사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내신 위주로 진행되던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영향력은 다소 줄어들고 있으며, 이에 따라 비교과 중심의 소규모 창의교육 시장은 정체를 겪고 있습니다.
정시 확대는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역으로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고, 중산층 이상의 고소득층 자녀들이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 불평등 논란을 재점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수능 특화 강사와 고가의 프리미엄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은 계층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지역 격차 심화와 교육 자원의 집중
사교육 시장의 또 다른 구조적 문제는 지역 간 격차입니다. 수도권, 특히 서울 강남·서초·송파 지역은 사교육의 중심지로, 우수 강사와 프리미엄 학원, 고급 컨설팅 서비스가 밀집되어 있는 반면, 지방 중소도시는 이러한 자원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온라인 강의와 AI 학습 시스템이 이 격차를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지역 학생들의 정보 접근성, 부모의 교육 관심도,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 등의 요인이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입시 전략 수립, 수시 컨설팅, 면접 대비 등 정성적 요소가 중요한 전형에서는 여전히 대면 중심의 사교육 서비스가 우세합니다.
정부는 ‘기초학력 보장법’, ‘온라인 튜터링 시스템’, 지역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에듀테크 보급’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책의 실효성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입니다. 지방 교육청과 지자체, 공공기관의 협력 모델이 구축되지 않으면 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 있습니다.
사교육 시장은 현재 기술, 정책, 사회 구조 변화 속에서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AI 튜터의 상용화, 정시 확대에 따른 경쟁 심화, 지역 간 자원 불균형 문제는 각각 독립된 요소가 아니라 서로 얽혀 있는 복합적 과제입니다. 단순한 시장 성장이나 규제 차원이 아니라, 교육 기회의 평등과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관점에서 사교육 구조 변화에 대한 정책적 대응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