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스타트업 IPO(기업공개) 시장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2020~2021년 팬데믹 기간에는 풍부한 유동성과 성장산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스타트업들이 공격적으로 상장을 추진했지만, 2022년 이후 금리 인상과 투자심리 악화로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특히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성장 중심 스타트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타트업 IPO 시장 위축의 원인과 특징, 그리고 향후 전망과 대응 전략을 살펴봅니다.
금리 환경 변화와 밸류에이션 조정
금리 인상은 스타트업 IPO 시장에 직접적인 부담을 줍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등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져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집니다. 특히 장기 성장성을 기대하는 스타트업 주식은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높은 할인율이 적용되므로, 금리 상승은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직결됩니다.
예를 들어, 팬데믹 시기에는 테크·바이오 분야 스타트업들이 매출보다 ‘사용자 성장률’, ‘시장 점유율 확대’ 등 비재무 지표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금리 상승기에는 이러한 ‘성장 프리미엄’이 축소되며, 적자 상태의 기업은 상장 심사와 공모 흥행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투자자들이 단기 현금흐름과 배당 가능성을 중시하게 되어, 장기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IPO 시 공모가를 낮춰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
투자심리 악화와 상장 연기 사례 증가
IPO는 시장 심리에 크게 의존하는 자금 조달 방식입니다. 경기 둔화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기술주 변동성 확대 등 복합 요인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IPO 시장 전반이 얼어붙습니다. 실제로 주요 증권거래소에서는 2023년~2024년 사이 IPO 건수가 크게 감소했고, 예정된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기업이 늘었습니다.
미국 나스닥의 경우, 테크 스타트업 중심 IPO 건수가 팬데믹 직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으며, 한국 코스닥 시장에서도 대어급 상장이 잇따라 연기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투자금 회수의 문제를 넘어, 시장에 첫인상을 남기는 중요한 이벤트를 신중하게 타이밍하려는 경영진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최근 IPO 시장에서 공모가 대비 주가가 하락하는 ‘따상 실패’ 사례가 늘어나면서 신규 상장주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다시 IPO 청약 수요를 줄이고,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상장 계획을 조정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장성 논란과 비즈니스 모델 검증 요구
스타트업의 가장 큰 무기는 ‘성장성’이지만, 이는 동시에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기도 합니다. 고금리·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시장이 ‘미래 성장’보다 ‘현재 수익성’과 ‘현금흐름 안정성’을 중시합니다. 따라서 상장 심사 과정에서 매출 성장률뿐 아니라, 수익 구조의 지속 가능성, 현금흐름 창출 능력, 경쟁우위의 지속 여부에 대한 검증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구독경제 모델을 내세운 스타트업의 경우, 장기 가입자 유지율, 가격 인상 가능성, 콘텐츠·서비스 차별성 등이 면밀히 분석됩니다. 플랫폼 기업이라면 거래액 증가가 실제 수익으로 얼마나 전환되는지, 사용자 데이터 활용이 법·규제 환경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입니다.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업은 낮은 공모가를 감수하거나 상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는 시장 전체의 IPO 열기를 식히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향후 전망과 대응 전략
중장기적으로는 금리 안정화와 경기 회복이 IPO 시장 회복의 전제 조건이 될 것입니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수익성 조기 확보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 ▲해외 시장 개척 ▲ESG·친환경 등 장기 테마 결합이 IPO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꼽힙니다.
정부와 시장 차원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성장성 특례 상장제도의 요건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혁신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추거나, 상장 후 일정 기간 유통 물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벤처캐피털(VC)과의 사전 조율, 기관 투자자와의 장기 락업(lock-up) 계약 등도 상장 초기 주가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IPO 외에도 프리IPO 라운드, 메자닌(Mezzanine) 투자,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자금 조달 경로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장이 전부가 아니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적으로, 스타트업 IPO 시장 위축은 단기적인 경기·금리 변수뿐 아니라, 투자자와 시장의 ‘성장성 평가 기준’이 변화한 결과입니다. 향후 금리 인하와 투자심리 회복이 이루어진다 해도, 스타트업은 과거처럼 단순한 미래 전망만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결국 확실한 수익 모델과 견고한 시장 입지를 확보한 기업만이 IPO라는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