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과 재개발은 도시 정비사업의 핵심으로, 노후화된 주거지를 개선하고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오랫동안 활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들이 단지 정비 목적에 그치지 않고, 결과적으로 인근 지역의 집값 상승을 유발하며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재건축과 재개발은 주택 공급 확대의 해법일까요? 아니면 주거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주범일까요? 이 글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도시 구조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 지역 가치 상승의 메커니즘, 그리고 이에 따른 시장 왜곡과 정책적 대응 방안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주택 공급과 정비 수요 사이의 긴장
재건축·재개발은 일정 지역 내 노후 주택을 허물고 새롭게 고밀도의 주택 단지로 재건설하는 방식입니다. 겉으로 보면 새로운 주택이 추가로 공급되므로 시장의 주택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장 주택 공급량이 늘어나기보다는 ‘공급 공백’이 먼저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재건축이 본격화되면 기존 세입자들이 퇴거해야 하고, 공사 기간 동안 해당 지역의 실질적인 주택 수는 오히려 줄어듭니다. 여기에 사업 초기부터 기대 심리가 반영되어 매매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즉, 공급은 나중에 늘어나지만, 기대감은 먼저 반영되며 가격 상승이 선행되는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특히 서울 강남권이나 마포, 용산 등 선호도 높은 지역에서는 재건축 계획 발표만으로도 인근 부동산 가격이 들썩입니다. 결국 재건축·재개발이 공급 확대라는 본래 목적보다, 단기적 가격 급등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역 가치 상승과 도시 구조의 재편
재건축·재개발은 단순히 주택을 새로 짓는 것을 넘어, 지역의 경제적 가치를 재편성하는 도시 재생의 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낙후된 주거 환경이 새 아파트 단지로 바뀌고, 주변 상권·교통·학교 등 인프라가 정비되면서 지역 전체의 이미지와 수요가 상승합니다. 이로 인해 '입지 프리미엄'이 강화되고, 인근 지역까지 낙수효과를 통해 집값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도시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변화는 도심의 기능 효율성을 높이고, 인구 유입과 상권 활성화를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실제로 서울 은마아파트, 반포주공1단지 등의 사례를 보면, 재건축 진행만으로도 지역 내 자산가치가 급등했고, 결과적으로 학군, 의료, 교통 등 서비스 품질도 함께 향상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 상승이 실수요자보다는 기존 소유주, 투자자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원주민 밀려나기(gentrification) 현상과 소득별 주거 양극화도 함께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이는 재건축이 도시를 고급화하는 동시에, 계층 간 접근성을 차단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시장 불균형과 정책적 대응 과제
재건축·재개발의 경제적 효과는 분명하지만, 주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집값 불안 요인이 되고, 장기적으로도 특정 지역으로의 자산 집중을 유도하며 수도권 불균형을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처럼 자가 소유율이 낮고, 임대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재건축·재개발로 인해 기존 임차인이 내몰리는 사회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정비사업 인허가 요건 강화, 공공재개발 유도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속도 저하와 갈등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고금리와 건설 비용 증가로 인해 민간의 재건축 추진 여력도 낮아져, 공급은 지연되고 가격 기대심리는 유지되는 왜곡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정책은 단순히 규제를 풀거나 조이는 방향이 아닌, 공공과 민간의 협력 모델 확대, 임대주택 의무 비율 조정, 정비사업 속도 조절을 통한 시장 안정화 등 정교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특히 정비사업 추진 시, 기존 거주자 보호 방안과 투기 수요 차단 장치를 함께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재건축·재개발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이면에는 주거 불평등과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지, 공급 해법이 될지는 제도 설계와 사회적 합의에 달려 있습니다. 단순한 공급 확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도시 구조 개편을 위한 균형 잡힌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